스토리 텔링

HOME > 알림 > 스토리 텔링 > 스토리 텔링
좋아요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영화와 선거]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7-05-05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배우가 아닌 사람이 배우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의 이름은 캐서린 고블 존슨.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했던 천재 수학자다. 흑인이고 여성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의 주연배우들과 함께 오스카의 무대에 올랐다. 사람들의 환호에 캐서린 존슨은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영화와 선거]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 관련이미지1 


올해의 오스카 시상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그리고 그의 당선과 함께 시작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범죄들에 대한 비판으로 관철됐다.

 

흑인 성소수자 소년의 가슴 저릿한 성장담을 그린 영화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았고,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그는 오스카와 에미상, 토니상을 모두 받은 첫번째 흑인배우가 되었다. 

 

단지 수상의 결과만이 아니다.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은 할리우드를 관광하던 외국인들을 시상식장으로 초청해 배우들과 사진을 찍고 포옹을 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들갑’과 달리 미국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더 아름답고 즐거운 나라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깜짝쇼였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히든 피겨스>가 실제 주인공을 무대에 올린 것 또한 매우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백인들만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위대하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미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 그들이 가진 능력, 그리고 그 능력을 발견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히든 피겨스>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포함한다면, 여기에 한 가지 의미를 더 추가할 수 있겠다. 위대한 나라의 완성에는 과학의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화와 선거]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 관련이미지2 

<영화 ‘히든 피겨스’ 스틸텃 / 출처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히든 피겨스>의 첫 시작은 어느 한적한 도로다. 자동차 한 대가 길에 서 있고, 이 차로 출근을 해야하는 세 명의 흑인 여성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NASA의 계산원이다. 아직 컴퓨터가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절.

 

NASA는 수많은 여성을 고용해 그들에게 필요한 수학 계산을 맡기고 있었다. 잠시 후, 이들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차가 다가온다. 경찰차에서 내린 건 백인 경찰이다. NASA의 직원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밝히자, 경찰은 매우 흥미롭다는 태도로 그들을 대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여성이, 그것도 흑인이 모든 미국인의 꿈을 이루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던 것이다. 이 경찰은 친절하게도 직접 그들을 호위해준다. 경찰차를 뒤따르며 운전하던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줄 알아? 1961년에 백인 경찰을 흑인 여자 셋이 추격하고 있다고! 이게 바로 기적이지!”

 

지금은 바쁘게 출근 중인 직장인이지만, 실제 이들이 미국의 우주산업에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은 미국 역사상 첫 유인우주선 궤도를 계산한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이고, 또 한 명은 NASA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도로시 본이며 또 다른 한 명은 NASA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되는 메리 잭슨이다.

 

<히든 피겨스>는 이들이 NASA의 영웅이 되기 전 어떤 난관을 통과했는지에 대해 그리는 영화다. NASA밖의 사람들에게 이들은 꽤 신기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NASA 안에서 이들은 어디까지나 ‘흑인’이었다.

 

백인들은 그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지도 않으며 같은 화장실을 쓰지도 않는다. NASA의 백인직원들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들을 그저 하나의 계산기로만 이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생겨난다. 유인우주선 비행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새로운 시각의 수학적 사고방식을 원했고, 그때 캐서린 존슨이 백인들만의 성으로 입성하는 것이다.

 

 

[영화와 선거]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 관련이미지3 

<영화 ‘히든 피겨스’ 스틸텃 / 출처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백인들과 함께 일하게 됐지만, 영화 속 캐서린 존슨에 대한 차별이 끝난 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를 ‘계산기’로 대하고,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주전자로 커피를 마시는 것에 질색한다. 백인들이 일하는 건물에는 흑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 캐서린은 자신의 고충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일에 매진한다.

 

결국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그녀에게 왜 당신은 내가 찾을때마다 없냐고 다그친다. 10여분을 뛰어가야하는 흑인 전용 화장실을 다녀온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 캐서린 존슨은 이렇게 울부짖는다.

 

 “여기는 화장실이 없어요. 여기는 흑인 화장실이 없어요. 웨스트 그룹 다른 건물에도 없어요. 800m거리라는 거 알고 계셨어요? 그 먼 거리를 볼 일 보러 걸어야 해요! 상상이 되세요? 본부장님? 근무복은 무릎 아래에 힐도 신어야 하고, 진주 목걸이라뇨? 진주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거 살만한 급여를 흑인들은 받지 못해요! 나는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요. 내가 커피포트에 손대는 건 전부 꺼려하고요!… 그러니 양해 부탁드릴게요.

 

하루에 몇 차례 화장실 가는 걸요.” 그리고 다음 장면이 중요하다. 캐서린의 이야기를 들은 책임자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는 흑인 전용 화장실의 표지판을 부숴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이곳에 흑인용 화장실은 없습니다. 그리고 백인용 화장실도 없습니다. 단지 평범한 화장실만 있을 뿐입니다. 이제 급하면 그냥 사무실 가까운 곳으로 아무 데나 가요. NASA에서는 화장실 구분 같은 건 없습니다.”
 
196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는 캐서린 존슨처럼 능력 있는 흑인도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곳에서든 말이다. 영화 속 이 책임자가 다른 백인들에 비해 좀 더 흑인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없다.

 

 다만 그는 자신이 맡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사람을 찾았을 것이고, 그 중에 흑인 여성이 있었던 것이고, 기존의 시스템 상에서는 그녀의 능력을 100% 발휘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낡은 시스템을 파괴해버린 것이다. 나는 이것을 ‘과학의 심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정치도, 인종도, 성별도 없다. 단지 과학이 있을 뿐이다. “NASA에서는 화장실 구분같은 건 없다”는 말은 곧 ‘NASA’밖에서는 있을지언정, 과학을 논하는 이곳에서는 없다는 이야기다. 영화 <마션>을 본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마크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준비한 우주선이 망가진 후, 망연자실한 NASA를 위해 중국의 우주과학자들이 나서는 장면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야. 우리가 그들을 도와줘야해.” 과학의 심장은 국제관계 외 외교문제의 이해득실도 먼저 가늠하지 않는다.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고, 캐서린 존슨이 NASA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영화와 선거]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 관련이미지4 

<영화 ‘히든 피겨스’ 스틸텃 / 출처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히든 피겨스>를 보면서 우리의 새로운 지도자에게도 과학의 심장이 있기를 바라게 됐다. 단지 출신배경에 따른 차별을 근절하고,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한국은 점점 다인종 국가로 변신중이고,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는 중이다. 또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근절하고자 하는 노력의 목소리도 그 어느때보다 크다.

 

하지만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이 NASA의 과학자들처럼 그들을 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모든 시민의 인권향상을 공언하지 못한 채, 가장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는 쪽의 눈치를 보는 중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전제라면 한국 국적을 가진 성소수자와 다문화 가정의 사람, 장애인들 또한 그들이 지켜야 할 국민이다.

 

인권에는 ‘먼저’가 없고, ‘나중에’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그들 중 누구라도 배제한다면, 민주주의의 완성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이 계속 정치의 심장만으로 선거를 대한다면, 그들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먼저 과학의 심장을 가져도 좋겠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한 명의 대통령이 완성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에게 모든 일을 맡기기에는 이 사회에 아직 숨겨진 숫자들(Hidden figures)이 너무 많다. 정치의 심장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숫자들이다.?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첨부파일 : 1asdasd12121212.png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들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담당부서와 사전 협의 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콘텐츠 만족도

평가하기

- 담당부서 : 홍보과 / 02-503-2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