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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선거] <화이트 갓 (White God, 2014)>, 동물은 정치인을 이기게 만들 수 있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6-12-2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실 그리 좋은 이미지의 정치인이 아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해킹'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여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안 그래도 호감이 아닌 사람이 더 비호감이 됐다. 하지만 이 비호감의 남자도 동물과 함께 있을 때는 달라 보일 수 밖에 없나보다.

 

최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은 방일 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반려견을 소개했다. '유메'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개는 4살 7개월이 된 아키타 견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러시아가 보여준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일본 아키타현이 그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이날 푸틴은 유메와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순진무구한 개와 함께 있는 푸틴의 모습은 흑막에 휩싸인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개를 좋아하는 남자처럼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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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잔디에 나란히 앉은 보(왼쪽)와 써니 / 출처 : http://www.petsmagazine.com.sg/ >

 


정치인과 동물은 그리 쉽게 엮이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외국 정치인들은 동물과의 일상을 자주 공개하곤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보'와 '서니'라는 포르투갈 워터도그종의 반려견을 키우는데, 이 개들은 '퍼스트 도그'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교황을 영접했었다.

 

'동물'은 외교에도 이용된다. 1972년 중국은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판다를 보낸 이후, '판다외교'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곳곳에 판다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도 아키타현으로부터 '유메'를 선물 받고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가 일본을 방문한 후, 이번에는 아키타현의 사타케 노리히사 지사가 자신이 집에서 키우는 시베리아 고양이 '미르'의 사진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이 유메를 보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아키타 현 지사에게 선물했던 고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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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고양이 ‘미르’ / 출처 : 일본 아키타현>

 


이렇게 동물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친숙하게 만들어주는가 하면, 중요한 외교사절단으로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정치인도 선거에 나서면서 '동물'을 위한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없는 듯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등 다른 선진국은 이미 동물복지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에게 '동물 복지'란 솔직히 표를 벌어주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 세상이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인식하기에는 아직 척박한 곳이다. 일단 사람이 잘살고 봐야한다.

 

그래서 사람을 잘살게 해주는 이슈들, 그러니까 뉴타운 개발이나 경전철 개설 등의 이슈가 여전히 앞설 수 밖에 없다. 한국 정치인들이 '동물 복지'로 공약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때까지 많은 동물이 길에 버려지고, 길에서 죽어갈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때까지 인간은 정말 잘 살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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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트 갓’ 포스터 / 출처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동물 복지가 뭐 그리 중요한 거냐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한 편 있다. 헝가리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가 연출한 <화이트 갓>이란 작품이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된 이 작품은 지금 IPTV나 VOD서비스에서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동물 영화들은 동물과 인간의 우정에서 비롯된 감동을 전하지만, 이 영화는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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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트 갓’ 스틸컷 / 출처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주인공은 13세 소녀 릴리다. 릴리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반려견 하겐이다. 둘은 거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며 우정을 나누지만, 이 행복한 시간은 릴리의 아빠에 의해 깨진다. 아빠는 개를 싫어하는 데다,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내야만 하는 세금도 거부한다. 아빠는 하겐을 버린다.

 

거리를 떠돌게 된 하겐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학대를 받고, 투견으로 키워지는 등 갖은 고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또 다른 유기견들을 만난다. 이 개들 또한 한때는 인간의 사랑을 받았고, 그들에게 사랑을 주던 개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간에 의해 버려진 후, 또 다른 인간들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이곳에 온 것이다. 만약 <마음이>와 같은 영화였다면, 그런 상황에서도 주인을 잊지 못한 개가 다시 주인과 아름다운 재회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 갓>의 개들은 <혹성탈출>의 유인원들처럼 인간을 향한 복수를 다짐한다. 한때는 모두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었던 이 개들은 도시 전체를 상대로 한 공격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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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트 갓’ 스틸컷 / 출처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저런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화이트 갓>은 동물에 대한 대우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다. 정말 현실적으로 상상했을 때, 저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게 동물들에게 더 좋을 것이다.

 

<화이트 갓>에서는 결국 인간이 동물들에게 용서를 빌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리는 만무하다. 만약 동물들이 인간에 대해 반격할 경우, 인간은 동물들을 더 가혹하게 대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갓>의 진짜 메시지는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잘 살 수 있냐는 질문이라고 봐야한다.

 

영화는 인간과 동물의 구도에서 인종구도를 드러내고 있다. 제목이 보여주듯 '백인'으로 대표되는 주류가 비주류를 지배하는 세상을 은유한 것이다. 영화 속의 유기견들은 동물을 포함한 비주류 계층을 뜻한다.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에서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동물을 대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을 배려하는 건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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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트 갓’ 스틸컷 / 출처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화이트 갓>은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명언을 상기시키는 영화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즉, 동물을 배척하는 사회에서는 인간도 배척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하트마 간디는 1948년에 사망했고, 우리는 이제 2017년을 앞두고 있다.

 

이제 정치인들이 '동물 복지'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동물을 향한 선의 때문이 아니다. 12월 1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통계상으로 보면 한국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이제 21.8%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중인 것이다.

 

이 사람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과 반려동물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를 원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치인들도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동물복지'와 관련된 공약을 내세워도 되지 않을까? 동물은 정치인의 이미지나 안정적인 외교를 위해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정치인의 당선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다. 동물이 정치인인 당신을 이기게 해줄지도 모른다.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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