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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치 자금 후원 선진화를 위한 제언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6-12-22

 

     

논리적으로 볼 때 정치인이 체화하고 있는 정책이나 인물됨을 자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돈이 들지 않는 정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정보의 불충분성과 인간에게 내재된 합리성의 제약으로 인해 돈은 정책과 더불어 정치적 지지를 창출하는 양대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당의 정책이 이념 스펙트럼 상 중도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가정할 때, 정치 자금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정치 자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없을 경우 정치권력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근대 정치의 역사는 정치 자금 규제를 둘러싼 사회 세력과 시장 세력 간 갈등의 역사로 볼 수 있다.

 

 

[특별기고] 정치 자금 후원 선진화를 위한 제언 관련이미지 

 

<칼 폴라니 / 이미지 출처: Concordia University>

 


일찍이 근대 정치경제학의 선구자인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자본주의 발전과정을 시장의 무제한적인 팽창과 이에 대항한 노동 및 복지로 대변되는 사회의 반응이라는 이중운동으로 갈파한 바 있다. 1인1표제에 의거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시장 세력에 대해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였으며, 시장 세력은 정치 자금 면에서의 우위를 통해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돈을 매개로 한 금권정치의 만연은 사회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정치 자금에 대한 규제는 보편적인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문제는 규제가 지나치면 시장 체제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이나 대중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이 넘쳐나게 되고, 규제가 모자라면 금권선거가 만연하게 될 우려가 컸다는 점이었다.

 

이와 같이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 문제는 시장과 사회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그렇지만 2004년에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당시 횡행하는 금권 선거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 자금 제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대신해서 선거비용보전 제도와 정당국고보조금 제도를 통한 선거공영제와 소액다수기부주의가 주요 원칙으로 도입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유지란 관점에서 볼 때 이 법은 시장 세력의 합법적인 정치활동을 심대하게 제약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운영된 선거공영제는 기득권 정당에 유리하고, 후원금 사용을 둘러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부정과 일탈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소액다수 기부는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질 국고보조금 규모를 스스로 결정하는 정치권은 이해관계 상충과 도덕적 해이란 문제를 야기하였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빈번하게 이합집산 하는 정당에게 소중한 국민들의 세금을 공여하는 것은 정당화시키기 어렵다.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기득권에 따라 배분되는 정치 자금은 정당 간의 건전한 매력 경쟁보다는 파당적 이익에 봉사하는 대립적인 정치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거의 유일한 성과는 돈이 적게 드는 정치가 정착되었다는 것이지만, 이는 정치 자금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의 당연한 귀결에 불과하다. 아울러 막대한 국고 투입을 정당화 할 수 있을 만큼 정치권에 대한 신뢰나 정치 자체의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증거를 찾기란 용이하지 않다. 오히려 정당 간 이념 대립이 악화되었고, 정당들은 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나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을 경쟁적으로 남발하고 있으며, 국회 본연의 입법 행위는 생산성이 극도로 저하되어 있다.

 

   

[특별기고] 정치 자금 후원 선진화를 위한 제언 관련이미지2  

 

<출처: 위키백과>

 

 

향후 정치자금 후원 제도의 개선은 정치의 책임성, 신뢰성,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정치자금의 국고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공공성이 떨어지는 정치에 대한 국고보조를 정당화시키기 어려운 상황 하에서 정치 자금을 획득하기 위한 정당의 경쟁적 노력을 촉진시키는 것은 정당의 책임성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자금의 공여자로서 법인이나 단체가 정치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기업과 노조의 정당에 대한 정치 자금 제공 허용은 인물, 지역, 이념이 좌우한 한국 정치에 건전한 계급정치의 도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주요 행위자인 기업이 시장질서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볼 수 있다. 정경유착이나 금권정치에 대한 우려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및 적법성 제고와 로비활동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OECD, UN,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등과 같은 다양한 국제기구는 이런 방향으로의 제도 확립을 회원국에게 권유하고 있다. 기업 정치자금의 양성화는 정치후원금 모금 및 사용의 투명성 제고 조치를 수반할 경우 정치 문화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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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방안은 소액 기부 활성화이다. 유권자로서의 시민이 표를 던지는 차원을 넘어서 금전 기부와 같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개진하는 것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금권정치의 횡행을 예방하고, 깨어 있는 시민에 의한 참여 민주주의가 뿌리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이 마련될 수 있다.

 

현재 세액공제 제도 등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일반 국민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정치기부를 할 수 있도록 정치기부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독일이나 미국에서처럼 정당국고보조금과 연계한 매칭펀드 방식을 새로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증세 없는 복지를 원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액기부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는 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향후 정치자금 기부제도는 공급 관련 규제는 과감하게 풀고, 관리 및 운영은 투명성과 준법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불리하지 않은 공정한 제도가 정착되어, 법치주의 원칙에 근거해서 엄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때, 우리나라의 정치 제도 전반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야만 정치자금 규제 제도가 정치 비용 절감이란 부수적인 성과를 넘어 정치의 책임성과 생산성 향상이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기고] 정치 자금 후원 선진화를 위한 제언 관련이미지4 

<최영종: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글: 최영종 (가톨릭대 교수)

현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로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직을 겸하며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첨부파일 : 1sum2016120000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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