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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선거역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간절함, 손에 쥔 여성 참정권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6-11-23

 

 

[반전의 선거역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간절함, 손에 쥔 여성 참정권 관련이미지1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특정한 종교의 교리나 그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와 문화에 대해 섣불리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매우 교만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의 상식 또한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전통과 경험에 규정받기 때문이며 그 시각으로 다른 문화를 재단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다름을 넘어 하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세계 인권 선언에 인용되는 구절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남녀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신념”일 것이다.

 

이른바 서구 사회, 기독교 사회에서도 이 신념이 무색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만 ‘여성 인권’에 관한한 전 세계 16억 인류가 믿는 이슬람 사회가 넘어서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극단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벌어진다는 ‘명예 살인’, 즉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이나 부친이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은 세계적인 화두가 돼 있거니와 이슬람 사회에서 남성의 ‘보호’를 거부하거나 그 테두리를 박차고 나오는 여성에 대한 대접은 매우 차갑고 때로는 냉혹하기까지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전의 선거역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간절함, 손에 쥔 여성 참정권 관련이미지2 
<꾸란 /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원래 이슬람의 경전 ‘꾸란’은 오히려 그 이전에 존재했던 여성 차별을 자제시키고 여성에게 독립적 지위를 인정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를테면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든 기독교의 신과는 달리 “그분이 너희들 자신에서 너희들을 위해 배우자를 만드신 것은 그분의 표적의 하나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태어났다는 가르침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일부다처제 경우도 이슬람 법에 허용된 아내 넷을 경제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평등하게’ 대할 자신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으로, 뻔질나게 벌어지던 전쟁과 기근으로 남자가 극도로 부족하기 십상이었던 유목 민족에게 행해지던 일종의 사회보장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진보적이었던 ‘꾸란’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보수 이슬람 사회 여성의 인권과 지위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성지 메카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중에서도 전통의 규제가 심각한 편이다.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사우디에서는 여성 베일 착용이 의무이며 운전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즉 남자의 동행 없이는 여자는 이동조차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2009년 세계 경제 포럼은 세계 국가별 성 평등 순위를 발표했는데 사우디는 조사 대상 134개국 가운데 130위였다. 이런 판이니 참정권 또한 당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1999년), 바레인(2002년), 오만(2003년), 쿠웨이트(2005년), 아랍에미리트(2006년) 등 중동의 나라들이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큰형님’ 사우디는 요지부동이었다. 사우디 정부의 핑계는 기상천외할 정도였다. “여성의 월경이 정치적 판단을 흐린다.”  


 [반전의 선거역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간절함, 손에 쥔 여성 참정권 관련이미지3 

<이미지 출처 : YouTube>

 

 

2005년 개혁 성향으로 평가되는 압둘라 국왕이 즉위하면서 완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여성 참정권의 봄바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단 여성들에게 ‘신분증’이 부여됐다. 그 이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사우디 ‘국민’이 아니었던 셈이다. 여성 스포츠 활동이나 공직 진출 등이 허용됐다.

 

여성들이 자신들도 운전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운전 시위’를 벌인 것도 이 국왕의 치세에서였다. 2011년 압둘라 국왕은 중대한 발언을 한다. “이슬람 역사에서 여성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2015년부터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겠다.” 그 뒤 국왕의 자문단이라 할 슈라위원회에 여성이 진출했고 전체 150명 위원 중 20퍼센트를 여성이 차지하도록 법률도 마련됐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이 왔다.

 

국왕은 여성 참정권을 약속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도 사막을 누비던 유목 부족의 완강함을 간직한 나라였다. 보수파들은 여성 참정권을 끊임없이 비난했고 SNS상으로도 ‘여성정치인위험’ 해시태그를 달며 갓 출발하는 여성 참정권의 여정을 방해하려 들었다. 참정권을 행사하는 일 자체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2015년 12월 12일 실시된 지방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은 13만637명에 그쳐 남성 유권자 135만여 명의 약 10%에 머물렀는데 이는 만18세 이상 여성 전체 숫자(600만여 명)의 2.2%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우디 선거관리위원회는 남자와 여자를 분리하여 유권자 등록을 받았는데 여자들의 등록 장소는 남자에 비해 현격하게 적었고 그나마 큰 마음 먹지 않고는 찾아갈 수 없는 구석진 곳에 설치했다.

 

여성에게 신분증이 발급된 지 몇 해 되지도 않은 나라이니 여성들은 등록을 하는 것도 어려웠고 등록 장소까지 차를 몰고 오는 것도 금지돼 있었다. (즉 여성들은 등록을 하려면 남편이나 형제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했다는 뜻이다.)

 

6,440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여성 후보는 900여명이었지만 이들은 남자들 앞에서는 유세조차 할 수 없었고 선거운동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사우디의 보수적 남성들은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었다. “이런 형편에 여자들이 몇 명이나 당선되려고!” 심지어 여성들도 가느다란 희망 외에는 별로 지닌 것이 없었다. “당선자가 단 한 명이라도 만족했을 것이다.”라는 여성운동가의 회고는 절망적이었던 선거 상황을 전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반전의 선거역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간절함, 손에 쥔 여성 참정권 관련이미지4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사우디 여성들은 건국 83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106명 당선자 중 20명의 여성 당선자를 낸 것이다. 심지어 메카 같은 이슬람의 성지, 보수적인 곳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보수층이 지배하는 곳에서도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 아이 둘의 어머니인 교사였다.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 전체가 경악했다.

 

아무리 억누르고 짓밟는다 해도 21세기 인류의 기본적인 권리가 된 참정권을 향한 여성들의 욕망을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제다에서 당선된 여성 당선자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우리는 시작했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승리는 바로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전체 투표율은 47%에 불과했으나 여성 투표율은 82%였던 것이다. 아금바금 형제나 아버지를 설득하여 선거 등록을 하고, 국왕의 결정에도 불구, 최고 성직자가 “악마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협박하는 분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투표장에 나가 투표하고 유세를 하지 못해 SNS에서 애타게 지지를 호소한 여성 출마자들의 노력이 가져온 기적이자 이변이었다.

 

 

[반전의 선거역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간절함, 손에 쥔 여성 참정권 관련이미지5 
<바티칸 /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제 세계에서 여성 참정권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나라는 단 하나다. 바티칸 시국. 물론 나라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말이다. 바티칸의 통치자 교황을 선출하는 이들은 추기경들인데 모두 남성이다. 심지어 사제직조차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진보적 언행으로 이름 높은 프란시스코 교황도 여성의 사제 서품에는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신다고 하니 바티칸 시국은  ‘여성 참정권이 없는 유일한 나라’로 남게 될 것 같다.

 

 

 

필진 : 하산자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 전공인 국사와 세계사를 틈틈히 공부해 SNS와 블로그에 역사 관련 글쓰기를 하고 있다.

 

첨부파일 : sa2016111400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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