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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선거이야기 <밀크>, “당신은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12-02

영화 <밀크(Milk, 2008)>

“당신은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

 

 

지난 11월 3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선출됐다. 그의 이름은 재키 비스컵스키(Jackie Biskupski). 49세의 여성이고 한 아이의 엄마다. 그리고 커밍아웃을 한 레즈비언이다. 이 도시에서는 처음으로 선출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 시장이다.

 

 

 


<출처 : http://www.sltrib.com/ >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6일,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미국에서 동성애자 시장이 선출된 일이 그리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키 비스컵스키가 시장으로 일하게 될 솔트레이크시티가 ‘모르몬교’의 성지라는 점은 매우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다. 재키 비스컵스키가 당선된 지 며칠 후 모르몬교 교단은 지역 교계 지도자들에게 “동성 부부를 배교자로 규정하고, 그들과 함께 사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세례와 축복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재키 비스컵스키는 이런 도시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이 사례에서 한국에 사는 우리는 “과연 동성애자 정치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동성애자 후보가 선거에 나왔던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2008년 당시 모 정당의 후보가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서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떠나 소수정당의 후보에게 관심을 가진 이는 많지 않았다. 앞으로 새로운 동성애자 후보가 나온다고 해도 그리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여당이나 제1야당의 후보로 나오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재키 비스컵스키의 사례에서 ‘정치’와 ‘선거’가 갖는 또 다른 본질을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출처 : www.msnbc.com >

 

 


재키 비스컵스키는 자동차 보험업계에서 일하다가 사립탐정 사무소를 차렸던 흥미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당시만 해도 그는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비스컵스키를 정치로 이끈 계기가 있었다. 솔트레이크시티가 도시 내 어느 고등학교에서 꾸려진 성 소수자 클럽을 금지하려 한 것이다. 이 사건은 그녀를 각성시켰고, 비스컵스키는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말하자면 자신과 같은 성 소수자 시민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바꾸고 싶은 의지가 그녀를 정치로 이끈 것이다. 그 이후 그녀는 1998년 유타 주의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2015년 시장이 됐다. 비스컵스키의 각성은 1970년대 미국 최초로 커밍아웃을 선언한 인물이자 공개된 동성애자 정치인이었던 하비 밀크의 사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하비 밀크가 없었다면, 아니 그가 있었다고 해도 현실에 각성하지 않았다면 2015년의 재키 비스컵스키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밀크' 포스터 / 출처 : Focus Features>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숀 펜이 출연했던 영화 <밀크>는 하비 밀크의 마지막 8년을 그리는 영화다. (숀 펜은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1970년 이제 40살 생일을 맞은 하비 밀크의 모습이다. 그는 이날 연인 스콧 스미스(제임스 프랑코)를 만나게 된다. 이전까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았던 하비 밀크는 스콧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고 두 사람은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작은 카메라 가게를 하나 열어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가게에 그동안 자신을 속이고 살아야 했던 동성애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게 된다. 그렇게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삶을 목격한 하비 밀크는 점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모욕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해 정치활동에 나선다.

 

 

 


<출처 : Focus Features>

 


영화가 묘사하는 밀크의 선택이 처음부터 거창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모욕과 차별을 감당하면서 살았던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본질적인 생존을 꿈꾸었고, 이를 이루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나선 것이다. 밀크의 등장은 아직 동성애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 미국 사회에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는 직접 시의원 선거에 도전했고 1977년 샌프란시스코의 시의원으로 당선된다. 그는 시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동성애자 권리 조례 등을 제정했고, 각종 동성애자 탄압 법안을 주장했던 사람들과 맞서 싸웠다. 그리고 그를 통해 수많은 동성애자들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단지 ‘혐오’라는 개념으로만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세력이 등장하게 된 계기였던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 놓인 하비 밀크의 동상에는 당시 그가 사람들에게 외쳤던 말 한마디가 적혀있다. “나는 운동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나의 당선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출처 : Focus Features>

 


재키 비스컵스키와 하비 밀크의 사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정치와 선거의 본질이란 다음과 같다. 정치란 당신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을 바꿀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 그리고 선거는 그 꿈을 실현하게 만들어 줄 힘을 얻는 기회라는 것 말이다. 누구나 아는 세상의 진리 중 하나는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에 매진하던 재키 비스컵스키나 사랑하는 연인과의 삶에 만족하던 하비 밀크 역시 세상이 수많은 ‘가마니’ 중 하나로 보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통해 각성했고, 힘을 얻기 위해 선거에 나섰고, 그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활동을 시작했다.

 

 

 


<출처 : Focus Features>

 


정치인들에게 정치와 선거가 이런 본질을 갖는다면,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선거는 한 명의 후보자로 대표되는 특정 집단에 힘을 실어주는 기회일 것이다. 그 집단이란 후보자가 속한 정당일 수도 있고, 후보자가 가진 직업군의 사람들일 수도 있으며 후보자와 비슷한 고충을 겪는 단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단체나 집단에 내가 속해있는지 여부에 따라, 혹은 그 단체의 힘이 나의 이익과 얼마나 연결되어있는지에 따라 표를 던지게 될 것이다.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은 이처럼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단지 후보자 개인의 신상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세계와 내가 속한 세계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속한 세계가 아름다워진다면, 나의 세계도 아름다워질까? 미래에 나타날 한국의 동성애자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나라에 사는 동성애자의 삶이 더 나아진다면, 내 삶도 나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실제 하비 밀크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당신은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허밍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정정당당스토리 

 

첨부파일 : mil2015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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