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텔링

HOME > 알림 > 스토리 텔링 > 스토리 텔링
좋아요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프린트

[맛있는 정치] 일상이 정치이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11-25

[맛있는 정치] 일상이 정치이다

 

 

“맛칼럼니스트가 왜 정치, 경제, 역사 등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읊어대느냐고요? 원래 그런 직업이니까요. 누가 그렇게 정했느냐고요? 내가요. 맛칼럼니스트는 내가 처음이고, 그러니 내가 그러면 그런 일을 하는 게 맛칼럼니스트 맞습니다. 내가 만든 내 직업에 딴지 걸지 마세요. 대한민국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나도 댁들의 직업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얼마 전에, 하도 답답하여 SNS에 내지른 말이다. 내가 정치 이야기만 하면 “맛칼럼니스트가 정치 이야기 하면 안 되지요” “음식 이야기에 웬 정치?” 하고 시비를 건다. 내 머리와 입에서 정치를 떼어내지 못해 난리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민주공화국 시민은 누구든 정치를 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발언들이 횡행한다.

 

123132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시위 현장에서 이 말이 구호로 외쳐지면서 우리 귀에 익숙해졌다. 다 아는,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이다. 다 안다? 내가 보기에는, 모른다. 말을 들어 그 문장을 아는 것이지 의미는 모른다. 의미를 모르니 이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이 수시로 무시된다. 특정인에게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지 말라는 말은 민주 공화정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위헌이다.

 

정치란, 하는 과정이 복잡하지 그 원칙은 단순하다. 그 원칙은, 나누기이다. 먹을거리로 보자면,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 정치적 결정을 어느 누가 하는가에 따라 정치체제가 나누어진다. 결정을 왕이 혼자서 하면 전제왕권정치이고, 몇몇 영주들이 모여서 하면 봉건정치이고, 사제나 무당이 하면 신권정치이고, 귀족과 부자 등이 조직한 의회에서 하면 귀족계급정치이고… 직업과 학력, 재산, 종교, 성별 등등의 조건과 무관하게 모든 인간에게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이 하면 민주공화정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러니 누구든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으며, 그 어느 누구도 이를 막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먹을거리가 정치와 관련 없는 듯이 여기는 시민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음식 먹는 데 골치 아픈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 한다. 아니다. 먹을거리만큼 정치에 민감한 것은 없다. 당신이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가지는가에 따라 당신 앞의 음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몇 년 전에 논란이 일었던 ‘통 큰’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겠다.

 

124124 

 

한국의 먹을거리 유통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유통 합리화를 명목으로 규격화된 대량생산 대량유통 먹을거리를 기획하여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 먹을거리가 대형 유통업체에서 내놓은 ‘통 큰’ 시리즈 음식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대기업 유통이 주는 값싼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의 그 값싼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순간 소비자는 대량생산-대량유통의 재벌 중심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소비자는 정치적으로 우파에 들며 신자유주의를 긍정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자본에 의해 기획되는 먹을거리를 거부하는 소비자도 있다. 이런 소비자는 자신이 먹을 음식이 누구에 의해 생산이 되고 어디에서 왔는지 따진다. 자신이 지불하는 돈이 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노동자에게 잘 전달되는지도 알아본다. 공정무역이니 공정거래니 하는 먹을거리 유통 형태가 이런 것이다. 이런 형태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좌파에 들며 사회민주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긍정한다고 볼 수 있다.

 

234 

 

‘통 큰’ 시리즈의 먹을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선택하여 먹을 것인가 판단하는 일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더욱 민감하게 먹을거리들을 선택하여야 내가 정치적으로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문제가 비정치적인 일인 듯이 말하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대체로 지금의 먹을거리 산업과 관련하여 이득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그들에게 이득을 주는 먹을거리 산업에 탈정치적인 포장을 한다. “먹는 데 정치 이야기 하지 맙시다.” 하며 변화를 막는다.

 

민주공화국의 정치는 시민의 일상이다. 정치를 왕이나 귀족이 하는 시대와는 다르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면 모두 정치를 해야 한다. 매일의 밥상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내 밥상에 왜 이런저런 음식이 올랐는지 정치적으로 따져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바로 시민이기 때문이다.

 


 

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정정당당스토리 

 

첨부파일 : 20151126001c.jpg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들을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담당부서와 사전 협의 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콘텐츠 만족도

평가하기

- 담당부서 : 홍보과 / 02-503-2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