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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선거이야기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5-10-21

영화 <선거 캠페인(The Campaign, 2012)>

모든 후보들은 한 사람을 연기한다 

 

 정치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종종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고 말한다. 이 말의 근거에는 어차피 어떤 당의 후보이든 권력을 원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표를 구걸하러 나선 사람들이라는 냉소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들이 우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위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말의 저변에 깔린 의미다. 사실 눈으로 보이는 면면으로도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아 보일 때가 많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다수의 선택을 받아야한다. 이는 곧 다수의 열망을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선거후보들에게 국방과 납세의 의무가 요구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도덕, 윤리, 공정성은 누구나 열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풍요로운 생활과 그로 인한 단란한 가정도 원한다. 어느 정당인가를 떠나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모두 가족을 대동하고, 자신의 아내와 함께 유세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가정에서 존중받지 않고 어찌 나랏일을 할 수 있겠는가!) 사실상 모든 선거 후보자들은 똑같은 사람을 연기하는 셈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자식에게 다정한 아버지, 무엇보다 성실한 국민. 후보의 개성은 중요치 않은 문제다. 어쨌든 다수의 유권자들이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그래서 그런 사람에게 표를 줄 테니 말이다.

 캠페인  

<영화 선거 캠페인 포스터 / 출처 : Warner Bros.>

 

<선거 캠페인>(The Campaign, 2012)은 ‘제이로치’ 감독이 연출하고 ‘윌 페럴’과 ‘자흐 갈리피아나키스’가 출연한 영화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선거의 이면 또한 바로 다수의 유권자가 가진 공통된 열망과 이를 대변하려 애쓰는 선거 후보자들의 안간힘이다. 지난 2012년 미국 대선에 맞춰 개봉해 크게 흥행한 코미디 영화인 <선거 캠페인>은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IPTV로 직행했다.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흥행성이 없는 화장실 유머로 가득한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코믹한 수준이 아니라, 막장이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처럼 막나가는 영화인 덕분에 풍자만큼은 꽤 직접적이고 맹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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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거 캠페인 스틸컷 / 출처 : Warner Bros.>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6선 출마를 앞둔 노스캐롤라이나 14번 지역구의 국회의원 캠 브래디(윌 페럴)다. 5선까지는 국회의원으로 살아왔지만, 사생활이 난잡할 뿐만 아니라 이제 국민들에게는 식상해진 인물인 캠은 여전히 자신이 해왔던 선거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교육계, 정치계, 경제계, 혹은 자동차 정비업계와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가 무조건 ‘당신이 이 나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기. 어떤 질문이 와도 무조건 ‘강한 미국’을 강조하기 등이 그가 해온 선거운동이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이에 캠 브래디를 통해 사업의 활로를 찾으려한 지역의 억만장자 모츠 형제는 새로운 얼굴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선택된 인물이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와 닮은 구석 하나 없이 허허실실 마음 좋고 약간 모자란 사람으로 살아가던 마티 허긴스(자흐 갈리피아나키스)다.

 

<선거 캠페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혀 정치인 같지 않은 삶을 살아온 마티가 캠과 대결하기 위해 변신하는 과정이다. 먼저 캠이란 인간의 내면을 살펴보자. 그는 미국에 살지 않는 사람도 알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미국 정치인이다. 말끔한 백인, 아름다운 아내와 똘똘해 보이는 아이들을 가진 남자. 그는 유세에서도 가족들을 동원해 자신이 매우 능력 있는 가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우리 아버지도 비달사순으로 머리를 감았다."며 유권자들처럼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캠의 선거운동 방식은 극중에서 그가 보좌관에게 하는 말로 요약된다. “어떤 상황에 놓이든 America, Jesus, Freedom만 말하면 돼. 그럼 사람들이 좋아하거든.” 즉 미국이라는 나라, 자유주의의 가치, 그리고 기독교적인 규범을 강조할 때, 가장 많은 미국 유권자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캠이 연기하는 이상적인 정치인 또한 바로 이 가치에 부합하고 있다.

 

캠페인 

<영화 선거 캠페인 스틸컷 / 출처 : Warner Bros.>

 

그에 반해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왔던 허긴스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좋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 먼저 뚱뚱한 몸집, 그리고 뚱뚱한 아내와 뚱뚱한 아이들. 그는 정장을 입지도 않고, 다른 백인남성처럼 멋진 개를 키우지도 않는다. 그의 선거를 돕기 위해 파견된 선거 전문가 웨이틀리가 허긴스를 변신시키려고 하는 과정은 웃기면서도 날카롭다. 웨이틀리는 먼저 허긴스가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두 마리의 퍼그를 내버리라고 말한다. 이유인 즉, 퍼그는 중국산 개이며 강한 미국 남성이 키우기에 어울리지 않는 개라는 것이다. (웨이틀리는 대신 골든 리트리버를 데려온다.) 그리고 미국 남성의 집 거실에는 장총 한 자루 정도는 전시돼 있어야 한다며 가족사진을 치워버린다. 하긴스의 아내에게는 좀 더 성공한 백인가정의 여성처럼 보이는 메이크업과 의상을 주문하고, 뚱뚱한 아이들에게는 “너희는 왜 풋볼도 안하냐”며 다그친다.

 

이 방식에 따라 허긴스는 점점 새로운 인물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는 곧 캠 브레디 같은 남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결국 캠이나 허긴스나 다수의 유권자가 바라는 하나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를 헐뜯는 주제 또한 마찬가지다. 캠은 허긴스의 콧수염을 지적하며 혹시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알카에다나 탈레반이 아니냐고 몰아붙인다. 여기에 허긴스는 캠이 초등학생 시절 쓴 소설을 거론하며 이야기에 등장하는 평등하고 공평한 나라는 결국 공산주의를 뜻하는 게 아니냐며 비난한다. 다수의 유권자가 원하는 나라는 역시 안전한 미국, 그리고 자유경제가 보장되는 나라 미국이기 때문이다.

 

 캠페인 

<영화 선거 캠페인 스틸컷 / 출처 : Warner Bros.>

 

<선거 캠페인>이 드러내는 날카로운 풍자는 한국의 선거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왜 우리는 선거 때마다 ‘경제’에 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해야 하는 걸까? 정확히 말해 왜 한국의 선거에서는 모든 주제들이 ‘경제’라는 한 가지 단어로 수렴되는 걸까? 아마도 한국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에서 인권이라는 문제는 가장 소외되는 주제일 것이다. 물론 저소득층은 언제나 배려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더 나은 삶을 제시하고, 그들을 위한 복지와 지원의 공방이 오간다. 하지만 동성애자,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에 대한 이슈는 저소득층에 가린다. 이유는 단 하나다. '저소득층'이란 단어가 포함하는 사람들에 비해 다른 단어가 포함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또 다른 다수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유권자를 단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때문인 동시에 유권자인 우리가 먼저 새로운 지도자에게 단 몇 가지의 열망만을 투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선거에 더욱 다양한 이야기와 의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먼저 다양한 생각과 바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을 '저소득층', ‘중산층’ 혹은 청년층과 장년층, 혹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분류해버린다. 그런데 사람의 욕망이라는 게 그렇게 몇 가지 단어로 정리될 만큼 단순한 것일까? <선거 캠페인>이 웃음과 함께 전하는 메시지는 좀 더 구체적인 인간으로서 선거를 대하라는 이야기로 보인다. 정말 원하는 게 잘 사는 것뿐인가? 유권자의 열망이 그처럼 단순하다면, 결국 유권자도 ‘이놈이나 저놈이나’가 되고 마는 게 아닐지. 선거 후보자가 자신을 위하는 것처럼, 유권자인 우리도 더욱 섬세하게 자신을 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 :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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