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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에 시작됐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등록일 : 2018-04-19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에 시작됐다.

 

 

[특별기고]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에 시작됐다. 이성주 역사강사&칼럼리스트 엽기조선왕조실록, 왕들의 부부싸움,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 

 


민주주의를 뜻하는 영어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그리스어 데모크라티아(demokratia)에서 나온 말이다. 이 데모크라티아는 ‘인민’이란 뜻의 ‘demos’와 ‘지배’란 뜻의 ‘kratia’를 합친 말인데, 이 둘을 합치면 결국 그 뜻은 ‘인민에 의한 지배’가 된다.

 

 

 

[특별기고]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에 시작됐다. 관련이미지2 

 


여기까지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의 정의다. 민주주의의 고향과도 같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많이 달랐다. 가장 특이한 게 공직의 ‘추첨제’였다.


아테네 민주정은 민회가 수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능. 즉, 간단히 말해서 ‘행정부’ 구성을 ‘추첨’을 통해 뽑았다. 약 700명 가량의 행정직 중 600명 정도가 추첨으로 뽑혔다. 이를 위한 기계도 따로 만들어졌다(추첨 이후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야 했다). 이렇게 행정직을 추첨으로 뽑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의 행정직이 ‘협의체’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 핵심을 세 단어로 정리하자면, 『추첨』, 『수당』, 『연임제한』이었다. 하나씩 설명하겠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핵심은 민회(ekklesia)였다. 20세 이상의 남자 시민들은 민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 민회에서 외교, 재정, 전쟁 등등 국가의 주요 의제를 의결했다.

 

민회와 함께 아테네 민주주의를 떠받들었던 게 500인 평의회와 배심원제도다. 500인 평의회는 30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는데, 매년 추첨을 통해 선출되지만 한 시민이 평생 두 번을 초과해 선출될 수는 없다. 이 평의회에서는 민회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행정을 맡아본다.


배심원제는 아테네의 재판제도를 대변하는데, 행정 단위인 10개 부족에서 각 600명씩 추첨해 선발된 6천 명의 배심원단이 명부에서 지명됐다. 이 민회나 배심원제를 보면 알겠지만, 아테네 민주주의의 핵심은 ‘추첨’이었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시민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페리클레스 시절에 도입됐다)을 보면 현대의 공무원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권력자의 등장을 사전에 막으려 했다. 추첨을 통한 선출, 연임제한이란 극단적인 선택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아테네 시민들이 인간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특별기고]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에 시작됐다. 관련이미지3 

 

 


“아무리 똑똑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하다 하더라도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공익적인 일보다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특정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거나, 몇몇 엘리트 관료들이 권력을 농단하는 걸 사전에 차단하려고 했던 거다. 물론, 아테네가 도시 국가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들은 인간을 신뢰하지 못했다. 불확실한 인간의 통치보다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믿었다고 해야 할까? 이런 흔적은 현대의 민주주의에도 잘 나와 있다. 당장 한국만 하더라도 삼권분립이라 해서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이 나누어져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아주 이상적인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를 보인 것 같지만, 서양 철학의 아버지이며 고대 아테네가 배출한 최고의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최악의 정치형태로 말했다.

 

그는 국가의 종류(정치체제)를 다섯 개로 나누었는데, 이 중 최악이 참주정체(tyrannis). 즉, 독재자가 나라를 통치하는 거라 말했는데, 이 참주 정체는 민주주의가 악화되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히틀러도 투표로 당선됐다는 걸 떠올리면 이해가 가능할 거다). 당연하게도 참주정체 다음으로 악한 정치체제는 민주주의가 된다.

 

어째서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걸까?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가 다수결이란 이름으로 사형을 당한 걸 목도했다. 우매한 대중이 선동가들의 손에 놀아나 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걸 목격한 거다(그가 아테네 엘리트 집안 출신이고, 그의 집안이 스파르타를 등에 업고 30인 참주정치에 뛰어들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특별기고]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지 못했기에 시작됐다. 관련이미지4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게 바로 중우정치(衆愚政治)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황금기는 페리클레스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페리클레스의 리더십과 정치력이 작동되던 시기에 아테네는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아니, 페리클레스가 아테네 시민들을 어르고 달래며 끌고 갔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러나 페리클레스란 걸출한 리더십 사라지자 아테네는 서서히 무너져갔고, 이 시기에 플라톤은 ‘타락한 민주주의’를 보게 되었다. 


페리클레스가 사라진 뒤 아테네 시민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과 이기주의에 빠져들어 근시안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시민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만 발전한다는 것이다. 만약 시민들이 이런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건 ‘바보짓’이다.


영어에서 ‘바보’를 뜻하는 단어 중에 ‘idiot’이란 단어가 있다.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어 ‘이디오테스’(idiote?s)가 나온다. 이 단어의 뜻은,


“공적인 정치참여 활동을 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사람을 믿지 못하기에 시작된 견제와 감시이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명백히 표현하고, 이 의사 표현에 의해 권력은 시민들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 만약 이 의사표현이 없다면, 플라톤이 주장했듯이 민주주의는 그릇된 정치형태가 된다.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바로 그것이 투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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